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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신촌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가 생겼다. 보기는 며칠 전에 얼핏 봤는데, 그땐 대한문 쪽으로 갈 생각이어서 지나갔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시간은 빨리 흐르고 영결식은 내일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신촌에서 친구와 만나 잘 먹고 잘 놀고 잘 떠들었다. 즐거운 하루였다.
분향을 한 사람이 300만 명이라고 한다. 그동안 꽤나 고민했다. 분향소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그저 군중심리에 불과한 게 아닌가, 남들이 하니 나도 해야겠다는 싸구려 유행 편승 욕망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생전 그에게 한 표 던져본 것도 아니고, 참여정부의 굵직굵직한 정책들마다 나는 그거 반댈세 싶은 생각만 물씬 들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저 지금의 추모 조류에 묻어가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결국 지하철역에서 다시 되돌아나왔다. 빼곡히 까만 글씨가 들어찬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잠깐 고민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지러운 세상에서 이젠 눈을 돌리고 편히 쉬시라고 해야 할까. 글을 쓰는 칸은 생각보다 작았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였다. 이젠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흰 국화를 바치고 절하는 사람들은 심각한데, 영정 속 고인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때야 깨달았다. 다른 건 몰라도, 나는 대통령을 농담조로 비난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질 수 있도록 만들었던 그 시절이 진심으로 그립다. 그것을 가능케 했던 대통령은 아직 단 한 명 뿐이었고, 그 사람은 이제 세상에 없다. 다른 이들처럼 애정을 담아 '노쨩'이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만,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엔 더 이상 웃지 못할 것 같다. 그와 함께 우리가 잠시 누렸던 자유도 저물고 있는 걸까. 나는...그게 슬펐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녕히.
- 집에 오는 길에 옆자리에 앉은 남자분이 보던 책에 시선이 갔다. 흘깃 눈길을 던진 거라 머릿속에 제대로 박힌 건 몇몇 단어뿐이었다. 생떽쥐베리, 클레망, 열기구. 순간 떠오른 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남자분은 나를 눈치챘는지 고개를 돌렸고, 난 재빠르게 모르는 척에 들어갔다. 하지만 사람 호기심이라는 게 참 얼척 없다. 계속 몰래 보고 있자니 옆표지에 보이는 여러 개의 까만 점들이 눈에 띄었다. 꼭 은하계를 표현하는 것처럼 점점이 모인 그림. 단어 몇 개에 점묘화 하나 보고 어떻게 작가랑 제목을 맞출까 싶었는데, 결국 제목을 보게 되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이 맞았다.
나는 <신>을 읽어본 적 없다. 그 소설에 어떤 인물들이 나오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나는 흘깃 본 것만으로도 그 책의 작가와 제목을 알아맞출 수 있던 걸까. 아마 어느 신문 리뷰에서 주인공의 이름을 봤다거나 했을지도 모른다. 무의식으로 가라앉은 기억은 가끔 정말 엉뚱한 순간에 튀어나오곤 하지. 혹은 난 문장의 일부를 보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번역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걸지도 모른다. 책 종이가 빠닥빠닥한 신간처럼 보였으니 곧바로 <신>을 떠올렸던 거였을라나.
사람의 두뇌는 그 짧은 순간에도 여러 겹의 추리를 진행하곤 한다. 하여간 재미있는 일이다.
- 잉여인생이라고 스스로를 학대하기 전에 영단어나 하나 더 외우는 게 앞날의 자기혐오를 줄일 수 있는 수단이다. 진부한 사실이지만 진부는 늘 진리와 맞닿아 있다. 뼈가 시리다.
* 리용 연안의 바닷속, 토퍼에서 깨어나 해변으로 올라옴. 기억상실에 빈털털이 상태. -> 유일한 기억은 그림을 그리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추격자들에게 쫓기기 시작했던 것. 절체절명의 순간 누군가 그를 외젠Eugene이라 부르는 소리가 들림. 시대와 장소는 불명.
* 해변에서 흡혈 시도 중 셀프 컨트롤 실패로 사람 살해. 미쉘이라는 이름의 샐러리맨. 고인의 옷과 돈에 손을 댐(..). * 나오던 와중 가로등 보고 클랜 위크니스 발동(..). 지나가던 경비 아저씨의 조언으로 러브호텔에 투숙하고 돈을 뜯김(....). -> 로스차일드라는 유태계 금융업 가문에 헨필드Henfield 자작 가문의 명의로 재산을 맡겨뒀었다는 기억이 떠오름. 시대와 장소 불명. * 다음날 해안가에서 클라리스라는 젊은 여변호사를 만남. 그의 프랑스어 억양을 들은 클라리스는 그를 영국인으로 지목. 이때부터 '유진'으로 자칭. * 클라리스의 오토바이를 얻어타면서 리용으로 나오면 취업 자리를 알선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냄. ->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와중 말을 몰던 기억이 얼핏 듦. 시대와 장소 불명.
* 리용에서 클라리스에게 연락. 헨필드 자작가의 망나니 아들로 신분을 속이고 신분증을 잃어버렸는데 로스차일드에 맡긴 비자금을 찾고 싶다고 의뢰. * 클라리스와 재산을 6대 4로 나누는 조건으로 신분 위조 성립. 이때부터 유진 헨필드Eugene Henfield로서 행동하기 시작. * 한 달 정도 지난 후 100만 파운드 환수. PC는 그중 40만 파운드 정도를 자신의 재산으로 보유하게 됨. 리용 외곽에 저택 구입. + Resource 6 / Haven 생김. * 이 과정에서 클라리스와 연인이 됨. 클라리스에게 혈족임을 고백하고 구울로 만듦. 저택 구입 후 고용한 집사 피에르에게도 정체를 밝히고 구울로 만듦. + Retainers 2
* 재산을 돌려받은 후 예금주가 로스차일드에 맡겼던 서신을 받음. 서신에는 기억의 실마리를 찾고 싶거든 뉴올리언스로 가라는 전언이 적혀있음. -> Spirit's Touch를 해본 결과 서신을 쓴 자는 유진 본인. 프랑스어가 몹시 서툴어 다른 이에게 대필을 시켰음. 17세기의 프랑스로 추정. * 피에르를 대동하고 뉴올리언스로 떠남. * 뉴올리언스에서 밤산책 도중 폐허가 된 저택으로 발걸음이 이끌림. 굉장히 익숙한 풍경. 들어가자마자 끔찍한 통증을 느낌. ->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았었음. 밝은 표정의 그가 어린 소녀와 놀아주던 기억 상기. 19세기 초, 뉴올리언스. * 자신의 방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올라감. 벽 뒤의 비밀 공간에 있던 금고 안에서 옛날 금화와 채권, 그리고 초상화를 찾아냄. -> Spirit's Touch로 방안의 망가진 가구에서 기억을 읽어냄. 하녀 복장의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남자 의류를 계속 개고 펴고를 반복하다가 슬픈 얼굴로 방에서 나감. 19세기, 뉴올리언스로 추정. * 초상화엔 유진 본인과 기억 속의 하녀 및 소녀가 그려져 있음. 데이빗 존슨이라는 화가의 사인이 들어감. -> Spirit's Touch로 초상화에서 기억을 읽어냄. 거리의 화가였던 데이빗을 PC가 불러 많은 돈을 주고 초상화를 의뢰함. 유복하고 화목한 가족. 다만 소녀는 창백하고 어딘가 아파 보임. 잘 웃지 않고 무표정함. 19세기 초, 뉴올리언스.
* 다음날 데이비드 존슨의 딸을 찾아가 그의 일기장을 구입. 그림의 의뢰자는 윈스턴 헨필드Winston Henfield. 유진 자신으로 추정됨. * 피에르를 통해 뉴올리언스 시에 문의한 결과 폐허가 된 저택의 소유주도 윈스턴. 19세기 초에 가족과 함께 그곳에 살던 도중 갑자기 일가족이 모두 사라짐. * 사라지기 직전 윈스턴은 시에 저택 관리를 부탁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맡겼음. 그게 전부 소진되면서 관리가 끊기고 지금의 폐허가 됨. * 유진은 윈스턴이 직계 조상이라 뻥치고(..) 다시 관리를 부탁하면서 시에 자금을 맡기고 나옴.
* 시청에서 나오는 길에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을 느낌. 수수한 차림새에 침울해 보이는 20대 사내. Karmic Sight로 사내가 혈족임을 확인(Nature Loner / Demeanor Survivor / Path Humanity). * 사내는 유진을 윈스턴이라 부르면서 아는 체를 함. 유진이 사내를 몰라보자 약간 놀란 기색. 이름을 묻자 데이빗이라 대답. * 데이빗은 한때 런던 타임스를 이용해 윈스턴과 자신이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언급. * 유진이 자신의 과거를 묻자 다른 곳에서 이야기하자고 함. 데이빗을 따라 웨스턴 애비뉴의 오래된 건물로 이동함.
* 건물 안은 19세기 책과 신문, 잡지 등으로 가득함. 데이빗은 이곳을 '우리들이 이 도시에서 처음 사들인 건물 중 하나'라고 부름. * 데이빗이 목도를 던져주며 휘둘러 보라고 함. 유진은 자신이 검에 능하다는 것을 깨달음. 윈스턴은 데이빗의 검술 선생이었다고 함. + Melee 4→6 * 유진이 더 많은 과거를 캐묻자 데이빗이 몇 가지 기억을 상기시킴. 유진은 윈스턴이 자신임을 재확인. -> 불타는 배 위에서 유진과 데이빗이 등을 맞댄 채 많은 적을 상대하는 중. 모두 쓰러트리자 배 밑전에서 워울프가 등장해 대치를 시작함. 18세기 추정, 장소는 불명. -> 유진과 데이빗이 서로에게 총을 쏘면서 총알을 칼로 튕겨내는(..) 디시플린을 연습하고 있음. 18~19세기 추정, 장소는 불명. + Unassailable Parry(Combination Dicipline, Auspex 3 / Celerity 7) 획득...이긴 한데 셀레리티가 낮아서 쓸 수 있을지는 불명. * 데이빗은 윈스턴과 그, 그리고 '에블린'이 보냈던 시간과 그에 따른 회한을 언급. 윈스턴이 이곳을 떠난 이유는 에블린이 죽었기 때문이라고 함. 유진은 저택에서 느꼈던 통증을 다시 느낌. * 그 이상의 질문에 관해선 데이빗은 대답을 회피함. 유진은 데이빗을 설득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만 반응은 미지근함. * 데이빗은 윈스턴이 그에게 '만약 내가 기억이 없는 상태로 돌아오거든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말아달라'라고 부탁했다고 말함.
* 유진은 갑자기 적대적 무리가 이곳으로 오는 것을 느낌. 데이빗은 '불만이 많은 젊은 자들'일 거라며 함께 싸우지 않겠느냐고 제안. 유진은 그것을 받아들임. * 밖에 나가 조금 기다리자 여러 명의 오토바이 갱(..)들이 등장. 가장 앞에 선 혈족은 데이빗을 '프린스'라고 부름. * 유진이 깐죽대자(..) 곧바로 전투 시작. 싸우는 와중 유진은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던 육체적 능력을 깨달음. 유진과 데이빗의 승리. + Potence 2→3 / Celerity 4→5 / Fortitude 4→5 * 전투 후 유진이 데이빗에게 프린스의 뜻을 묻자 데이빗은 지금의 유진이 빈껍데기나 다를 바 없다면서 대답하지 않음. * 대신 내일 밤 시 외곽에 있는 마마 줄리의 점집에 가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거라고 조언함.
* 다음날 유진은 뉴올리언스 장기 체류 결정. 피에르를 통해 뉴올리언스 내 응급의료 사업체를 인수함. + Herd 3
* 마마 줄리의 점집에 가자마자 줄리가 유진을 알아봄. 줄리는 유진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면서 왜 이곳으로 돌아왔냐고 질문함. * 줄리는 50대의 뚱뚱한 흑인 여자. 그러나 유진이 줄리를 알아보지 못하자 환상을 걷어냄. 실제로는 10대 중반 혼혈 소녀로 보이는 혈족. * 줄리는 가명. 본명은 아무도 발음 못하고(..) 혈족들 사이에선 미아라고 불림. 유진이 옛날에 붙여준 이름이라고 함. * 유진의 요청으로 미아는 혈족 간의 기본 개념과 마스커레이드를 알려줌. 그러면서 그것이 그가 세운 질서였다고 언급함. * 유진이 자신의 기억상실과 데이빗을 만났던 일을 말하자 미아는 데이빗의 본명이 헨리임을 밝힘. 데이빗은 유진이 그의 침울함을 비꼴 때 쓰던 별명이라고 함. (Henry David Thoreau? OTL) * 미아는 한때 헨리와 유진은 서로 숙적이었으나, 신대륙에 왔을 즈음엔 둘이 행동을 같이 했다고 말함. * 미아는 오래 전 유진이 그녀를 저주했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이곳에 붙박혀 있어야 한다고 말함.
* 유진이 더 많은 기억을 알고 싶어하자 미아는 안대로 감췄던 제3의 눈을 사용해 기억 중 일부를 재생시킴. -> 커다란 배의 갑판에서 침울한 얼굴로 바다를 바라보는 유진. 주위 사람들의 말도 전혀 듣지 못할 정도로 극도의 우울함에 빠져 있음. 19세기 중후반, 장소는 불명. -> 유진은 대륙에서 루이지애나 주로 건너온 첫 이민자 중 하나. 헨리가 옆에 서 있음. 그는 뉴올리언스를 건립한 최초의 혈족 중 한 명이며, 이곳을 일종의 이상향으로 만들 것을 다짐함. 1718년, 뉴올리언스. * 유진은 뉴올리언즈의 '왕'으로 자칭했으며, 그 어떤 외부의 혈족도 그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금했다고 말함. * 그 법칙을 어기는 이는 사정을 가리지 않고 직접 살해했으나, 미아만이 예외였다고 함. 미아는 그게 에블린 때문이라고 함. 다시 통증.
* PC가 에블린을 기억하지 못하자 미아는 대경실색.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나 가슴은 기억한다'고 유진이 말하자 미아는 에블린이 '우리들의 헬레네'였다고 비유함. 미아의 말을 듣고 유진은 자신의 정체를 일부 기억해냄. -> 유진은 토레도. 사이어는 트로이의 헬레네. 그는 그녀를 파멸시켰고, 결국 그녀를 디아블러리했음. 시대와 장소 불명. * 미아는 에블린이 유진의 유일한 차일드였으며, 그녀도 친구가 갖고 싶었던 에블린의 부탁으로 목숨을 건졌음을 밝힘. -> 뉴올리언스에 몰려든 부랑자 혈족들을 직접 처단하던 중 그들에게 피를 빨려 죽어가던 소녀에게서 헬레네의 모습을 발견함. 유진은 그녀를 자신의 궁정으로 데려가 포옹하고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을 가르치기 시작함. 18세기, 뉴올리언스. * 왜 에블린이 죽었는지 유진이 질문하자 미아는 에블린이 그를 배신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함. * 순간 유진은 자신이 오른편 가슴에 심장을 가진 특이체질임을 자각. -> 정적들과 손을 잡은 에블린이 그에게 찾아와 말뚝을 박고 공개 처형식을 거행했음. 그러나 말뚝은 왼편 가슴에 박혀 있었고, 에블린이 그를 디아블러리하려던 순간 유진은 반대로 그녀를 디아블러리하고 광란에 빠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학살당함. 19세기 초중반으로 추정, 뉴올리언스. * 미아는 그 사건 이후 유진이 반역에 가담했던 나머지 이들도 전부 죽여버렸다고 말함. * 미아가 저주를 받은 이유도 그녀가 에블린의 유일한 친구였기 때문. 이곳은 유진과 에블린이 처음 만난 곳임. * 유진은 미아의 저주를 풀 방도를 찾아내면 돌아와 그녀에게 자유를 주고 정식으로 사과하겠다고 맹세함.
* 나오던 길에 깡패 두 명과 시비가 붙음. 투닥대던 도중 유진이 광란에 빠져 둘 다 모두 살해. * 피투성이 몰골로 뉴올리언스의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헨리의 수하로 보이는 30대 여성 혈족과 만남. * 그녀는 헨리가 유진을 데려오라고 했다면서 같이 갈 것을 제의. 유진은 그 제안을 받아들임.
1. 스터디 때문에 보통 밤마다 신문 스크랩을 하게 되는데,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그날 그날 챙겨볼 수 있는 건 좋다. 하지만 하루의 끝을 더러운 기분으로 마쳐야 한다는 건 좋지 않다. 언론에서 기분 나쁜 뉴스만 나오는 거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신경쓸 이유는 없겠지. 하지만 돈 주고 사보는 신문이 새롭고 쓸만한 정보 대신 했던 얘기만 주구장창 하는 건 역시 짜증나는 일이다. 물론 그쪽에선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계속 알리는 것일 테지. 매일 새 뉴스 뽑아오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안다. 하지만 그래도 질리는 건 어쩔 수 없다규. 요새 뉴스는 내용 업데이트가 되는 것도 별로 없고, 기껏해야 SI 정도려나.
어떻게 보면, 옛날엔 신문은 대충 집어 읽다가 멀리 던져두는 존재였다. 그럴 때엔 뭐가 재미있고 재미없고를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어. 그냥 검은 건 글자요 흰 건 여백이로다 하면서 보는 거지. 요샌 신문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경건하게 정독해야 해서 더 지겹게 느껴지는 것 아닌가 싶다. 웬만하면 용어라도 좀 다른 거 쓰면 아니될까나...하지만 이렇게 반복되는 용어들이 시험에 나오지. 고로 외우라는 소리렷다. 아, 지겨워. 하지만 공부하자. 공부해서 남 준다. 남 제대로 주는 것이야말로 성공한 인생.
2. 모 님의 트랙백 글을 보고 드는 잡상에 주절주절. RPG 초짜인지라 이런 말을 늘어놓을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그냥 썰 풀어보는 거지 뭐. 흰둥이는, 그러니까 World of Darkness의 제작사인 White Wolf는 전형을 강조하는 게임을 만드는 친구들이다. 물론 그 전형이란 것이 oWoD에서 지나치게 강조가 되다 보니 nWoD에선 꽤 약화되었다만, 아무래도 예전만큼 돈이 안 들어왔는지 Scion에선 다시 전형을 강조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물론 oWoD만큼 심하진 않고, 그만큼 전형적인 게임도 드물잖나.
하지만 흰둥이는 늘 그렇듯 피씨에겐 전형을 지킬 것을 요구하면서 엔피씨에겐 참으로 관대하시다. 사실 이건 거의 모든 TRPG 시스템의 사소한 특징이기도 하지. 하지만 흰둥이는 그게 좀 과했다. 뱀파이어의 예를 들어보자. 귀족적이고, 강하면서도, 마초 꼰대시며, 자기 차일데가 마음 약해서 흔들리는 꼴을 못 봐주시는 더 라좀브라께선 오직 남자만 포옹하셨노라. 그러니 우리 클랜은 보통 남자를 포옹함이라고 설명했던 게 라좀브라 안티트리뷰였나. 하지만 막판에 사바트가 되긴 했어도 꽤 오랜 세월 동안 안티트리뷰였던 우리의 슈퍼스타 루시타 양께서는...뭐, 그런저런 사정 때문인지 중세 서플엔 엘리에세르 데 플랑코 같은 여자 엘더도 추가되어 있더라만. 사실 위 명제를 제대로 깨먹은 엔피씨는 다른 사람인데 뭐 이쪽은 루머도 많이 섞여 있으니 넘어가고.
전형적인 캐릭터도 꽤 멋있다. 하지만 전형을 깬 캐릭터는 보통 더 멋있어 보이거나, 최소한 남들 눈은 더 끌지. 그러다 보니 흰둥이가 후자의 방법을 자주 써먹었던 듯 싶다. 하지만 흰둥이의 패착은 그 '전형적인 피씨'와 '비전형적인 엔피씨'의 차이를 룰에까지 적용시켰던 것 아닐까. 왜 피씨는 찍을 수 없는 오버식스 능력치가 엔피씨에겐 찍혀 있고, 피씨는 듣도 보도 못한 디시플린들이 주르륵 엔피씨 시트에 나열되어 있는 걸까나.
과연 이 허술한...아니 관대한 룰의 적용은 무엇일까. 예외라고 보기엔 어째서 예외적인 엔피씨가 이렇게 많은가. 이 룰북에도 저 룰북에도...이렇게 전 시스템에 걸쳐 고르게 "예외"가 분포되어 스포트라이트 받는 시스템도 참 드물다. 그러니 피씨는 머리를 부여잡게 되는 것이다. 왜 나는 휴머니티 때문에 고생고생 해야 하는데 저 천 년 넘게 산 엘더는 휴머니티 9점을 찍고 사람을 잘만 방법하고 다니는 거지? 앙? 니 양심 굴림 전용 주사위엔 1이 아예 없는 거냐? 라고 울부짖게 되는 것임. 쒯.
흰둥이 입장에선 설정과 배경을 더 풍성하게 만들 소재였다 해도, 보는 피씨 입장에선 "나도 시켜줘."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피씨는 그냥 본래 규칙과 전형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될까? 모두가 D&D에서 엘민스터나 모덴카이넨이 될 수는 없지만(사실 잘만 하면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댄디는 위대하다능.) 즐겁게 플레이하지 않느냐? 하지만 언제 엘민스터나 모덴카이넨이 매일 찾아와서 갈군 적 있나, 우리 프린스는 우리 목숨을 쥐락펴락 중이신데. WoD가 원래 퍼스널 호러를 추구하는 게임이고 파멸로 달려가는 즐거움에 하는 거라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질린다고.
사실 이게 싫으면 그냥 다른 시스템 찾아서 플레이하는 게 제일 속편한 일이긴 하다. 나처럼 저런 비뚤어진 자격지심에 엇나가다 결국 비전형 플레이에 맛이 들려서 본래 목표인 '퍼스널 호러' 따위 안드로메다로 던져버리는 게 꼭 좋은 것도 아니고. 하지만 뭐 어떠랴,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그래도 최근 플레이하는 Scion에선 전형을 지켜보려고 노력 중. 여전히 흰둥이는 엔피씨에겐 관대하시지만 위에도 말했듯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다 그런 거 아니겠나.
3.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왓치맨>이라니 우째 이런...다른 분야에도 벽 쌓고 산지도 참 오래되었네. 집에서 하릴없이 살다 보면 신간도서도 잘 안 보게 되고, 좋지 않아. 최근엔 민음사 보르헤스 소설 전집만 읽던 것 또 읽고 계속 읽고를 반복 중. 예전에 '한국어로 보나 스페인어로 보나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건 똑같아요'라고 언급한 바 있지만, 사실 보르헤스 소설은 뇌를 비우고 보면 의외로 쉽게 읽힌다. '마술적 사실주의'니 어쩌니 하는 걸 생각하면서 보니까 머리가 아픈 게야. 그냥 귀여니 소설 보듯 눈동자를 굴리다 보면 이 아저씨 글빨이 생각보다 조근조근하니 머릿속에 잘 들어온다. 꽤 재미있다고.
특히 이 아저씨는 그 시대 최고의 엘리트인 주제에 B급 문화에 제법 관심이 많았다는 게 매력적. 가우초 소설이나 펄프 픽션을 좋아했고, 결국 그걸 가지고 소설까지 써낸 희대의 동인남 보르헤스. '마르띤 삐에로'라는, 우리나라 식으로 따지면 조폭영화 주인공인 가우초 소설이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는데 보르헤스도 이 소설을 무척 좋아했나보다. 무려 세 편이나 이 소설 팬픽-_-을 써낸 걸 보면. 그것도 진성 동인들이 좋아하는 '결말 바꾸기', '주인공 과거 추측' 등을 소재로 잡아서 말이다.
그것 외에도 보르헤스는 러브크래프트 추모용 패러디(..) 소설도 쓴 사람 아닌가. 다른 소설들에 비해 임팩트가 큰 편은 아니지만, 러브크래프트 특유의 만연체라던가 으시시하게 분위기잡는 수법을 제법 근사하게 따라한 글이긴 하다. 보르헤스 자체가 그런 분위기에 익숙한 작가는 아니라 오히려 러브크래프트보다는 스티븐 킹 비슷한 느낌이 나긴 하지만...;;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이나 '알모따심으로의 접근' 같은 글을 보면 이 아저씨가 탐정소설도 꽤나 들입다 팠던 것 같고. 자기 서재에 꽂힌 백과사전 가지고 세계관을 덜렁 만드는 인간이니 그 옆에 꽂힌 펄프 픽션 보고도 충분히 소설은 쓸 수 있었겠지. 비록 아르헨티나 정통진상수구꼴통꼰대마초영감탱이인 보르헤스지만, 이 사람의 취향은 그 높은 지적 수준과는 하등 관계 없는 형이하학적 주제까지 전부 끌어안고 있다는 건 참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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